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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E2pMmEJq7vNf90qjS1UIPKdhMe-btLZd

후기

3월 23일 진행된 “[문화예술 보이콧 포럼] 아트워싱과 문화예술 보이콧 운동: 이스라엘과 공범 되기를 거부한다” 현장 후기를 전합니다.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주간(IAW)을 맞아 긴급행동이 주최하고 이스라엘 문화예술 보이콧 캠페인 ‘모자이크’ 팀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국내외 문화예술계의 BDS 운동 사례와 더불어 앞으로 어떤 전략이 시도될 수 있는지, 예술의 범위를 넘어 팔레스타인 현지 소식을 알리는 재현 행위에서 ‘윤리’란 구체적으로 무엇이어야 하는지, BDS 운동을 향한 비판을 어떻게 재고할 수 있는지 등 BDS를 실행하는 데 꼭 짚어볼 논의가 오갔습니다. 신청폼을 열자마자 여석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셨고, 80여 명이 행사장을 채운 가운데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실무팀 활동가 타리님의 사회와 명혜진님의 수어 통역으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팔레스타인문화연대(이하 팔문연) 레이크님은 문화예술계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규탄과 팔레스타인 연대를 위한 가시적 활동을 만들고자 2024년 5월 발족한 팔문연의 활동들을 소개하고,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학술·문화 보이콧 캠페인(PACBI, Palestinian Campaign for the Academic and Cultural Boycott of Israel)에 관한 기초적인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PACBI의 다년간 활동에 따르면 보이콧의 대상이 되는 행사와 프로젝트 다수는 모호한 회색 지대에 속합니다. 따라서 개별 아티스트나 기관 등 특정 ‘타겟’에 집중하기보다 식민주의적 예속과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재생산하는 기관들의 ‘관계’에 주목하는 것이 보이콧 운동의 기준과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가령, 발표를 통해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아트워싱 사례로 한화문화재단의 사업들과 한화 계열사인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화문화재단은 이스라엘 대표 방산업체 엘타 시스템, 엘빗 시스템과 MOU를 체결한 위 한화 계열사들로부터 수백억 원을 증여받았으며, 올해 6월 ‘퐁피두 센터 한화 서울’ 개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화는 집단학살을 행하는 이스라엘 방산기업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동시에 2023년 이후 본격적으로 한화문화재단을 통해 해외 레지던시 지원사업이나 해외 전시 공간 개관 등 아트워싱을 하고 있습니다. 팔문연은 한화가 이스라엘 방산기업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국내 주요 국공립과 사립 문화예술 기관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BDS 운동을 앞으로도 집중적으로 전개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퍼포먼스 학자 윤수련님은 문화예술계 BDS 운동의 또 다른 방식으로서 안무 자체에 내재한 시오니즘과 댄스워싱을 더욱 정교하게 비판할 필요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 무용 기획자들을 자국으로 초청하고 이스라엘 무용단의 각국 페스티발 공연을 지원하는 미화 전략과 더불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무용 연구자들을 탄압하고 팔레스타인 무용가를 표적 체포하는 억압적 전략을 동시에 사용해 왔습니다. 이스라엘 문화부 웹사이트에 “이스라엘의 춤은 최고의 문화 대사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스라엘은 춤을 정치적으로 활용합니다. 특히, 쉽게 포착하기 어렵지만 가장 광범위한 인식의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 무용 테크닉으로서의 시오니즘입니다. 예를 들어, 2025년 시댄스에서 상연된 이스라엘 안무가 오를리 포탈의 <폐허>는 이집트 시인 이브라힘 나기의 시를 전유하고, 집단학살과 불법정착의 문제를 ‘서로 다른 문화들의 충돌’이라는 주제로 축소하며, ‘화해의 메시지’를 담은 ‘다문화주의’ 작품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집단학살과 불법정착의 문제를 워싱합니다. 오를리 포탈의 작품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팔레스타인과 아랍 문화를 오리엔탈리즘적으로 전유한다는 점입니다. 포탈은 “모로코 부족들을 향한 신비로운 끌림”, “골반에 깃든 관능적인 에너지”, “고대 동방의 지혜”, “풍만한 골반” 등 아랍(신체)의 대상화에 기반하여 자신의 춤을 구성하고 의미화합니다. 팔레스타인 전통춤인 답케가 이스라엘 고유의 전통 춤으로 전유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이스라엘이 건국 과정에서 유럽 전통을 폐기하고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구성하기 위한 시오니즘 전략임을 윤수련님은 짚었습니다. 시오니즘을 비판하기 위해서 이스라엘 자금 수급 여부뿐만 아니라 미학적 방법에 깃든 워싱을 읽어낼 수 있는 문해력이 필요하며, 무용 비평 언어가 더욱 다양해지는 것 또한 BDS 실천의 일부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발제를 맡은 ‘모자이크’팀의 염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말과 영상을 공유할 때 활동가로서 겪게 되는 망설임과 고민에서 출발하여, 또한 공연예술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재현의 윤리를 재고할 실마리들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참혹한 현장의 모습과 목소리를 더 알려야 한다는 마음은 이러한 전달로서의 재현 행위가 누군가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등 윤리적 선을 어기는 일이 아니냐는 자문과 종종 만납니다. 그러나 염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요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폭력을 말하지 않는 것이 결국 그 폭력을 없는 일로 만들고자 하는 힘에 귀속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면서, 집단학살이 2.5년 지난 지금은 기존의 윤리를 하나의 답처럼 여기기보다 재고해야 할 시기라는 문제의식을 던져 주셨습니다. 재고의 실마리들로 염님은 트리거 워닝에 관한 ‘페어플레이’의 가이드라인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트리거/콘텐츠 워닝이 이야기하는 ‘안전한 공간’은 위험하거나 상처를 줄 수 있는 모든 요소가 말소된 ‘무균의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요소들을 바라보거나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공간, 이야기를 하고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일시적인 공동체가 되겠다는 약속을 의미합니다. 접근성 워크숍에서 신재 연출이 했던, 누구를 극장에 초대하고 싶은지, 누가 극장에 있으면 하는지 생각하자는 말과, 무대 위로 올린 바로 그 피해자 분들이 객석에 앉아 있다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들고 보자는 배해률 작가님의 인터뷰를 또한 언급했습니다. 염님이 제시한 실마리들은 무엇을 재현하거나 재현하지 않을지에 관한 규범으로 재현의 윤리를 축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우리에게 일시적이거나 불완전하게나마 어떠한 공동체 되기를 요청하는지, 그들이 이곳에 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외면할 수 없는 폭력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성폭력 생존자와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데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지의 질문으로 나아가게끔 한다고 사회자 타리님은 덧붙였습니다.

토론을 맡은 검열에반대하는예술인연대 이진실님은 기존 ‘재현의 윤리’에 관한 담론이 ‘재현 금지’로 전환되어 온 상황을 비판적으로 보는 한편, 서구 예술 담론에서 재현의 윤리 프레임이 유대인의 피해자성과 트라우마에 철저히 뿌리 내리고 있다는 점을 짚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오늘날 역사상 유례없는 고도의 집단학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기에, 예술인들은 ‘재현의 윤리’를 바닥부터 다시 뒤집어봐야 하는 순간에 서 있습니다. 또한, 미학과 방법론에 내재한 시오니즘을 분석할 필요에 깊이 공감하시면서, 이에 덧붙여 미술계에서는 ‘반유대주의’라는 유럽(특히 독일)의 기조에 대한 의심 없는 동의가 팔레스타인 투쟁을 곧 ‘테러’로 명명하며 검열 기제로 작동하는 문제에 관해서도 고민할 필요를 제기하셨습니다. 무용계뿐만 아니라 예술계 전반에서 벌어지는 아트워싱 메커니즘 안에 자리 잡은 시오니즘을 더 심층적으로 환기하고 확장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며, 특히 아랍 문화가 일종의 ‘알리바이’로 동원되는 양상에 예의 주시하자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술 프로젝트는 불매 운동이 유효한 저항 방법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해당 기관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항의를 조직하고 연대 성명과 저항의 표현을 행하는 등 보이콧 운동에서 대상뿐만 아니라 방식의 문제를 고려해 보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가령, 사진작가 낸 골딘은 베를린에서 개최된 개인전 오프닝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 피해자들을 추모하며 반시온주의와 반유대주의를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연설 후 관장이 나와 낸 골딘의 입장을 기관과 분리하려 했지만 갤러리는 프리 팔레스타인 시위장이 되었습니다. 보이콧 운동에서 특히 예술계의 경우는 내부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같이 운동을 만드는 것이 조금 더 중요하고 유효할 수 있음을 미술계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BDS 운동이 자본주의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건드릴 수 있는지, 이것이 급진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인 운동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패널들이 답하며 행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레이크님은 BDS 운동이 자본의 구조를 전복하기보다는 자본의 언어를 빌어서 하는 운동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자본의 사용을 우리가 중단할 수 없고 자본의 흐름에서 우리가 벗어날 수 없다면 최소한 그 구조를 파악해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짚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답하셨습니다. 질문자가 생각하는 ‘급진적인 운동’, ‘반자본적 운동’이 어떤 형태인지 되물음으로써 우리가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윤수련님은 BDS 운동이 식민주의적 자본주의의 한 양상에 개입하기 위한 운동이고,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진행되어 온 초국적 페미니즘이나 선/원주민 운동, 비판적 인종 이론과 인종주의 철폐 운동 등의 느슨한 네트워크들이 식민주의적 자본주의를 한 번에 전복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여러 방면에서 저항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또한, BDS 운동의 오랜 역사 속에서 학자들은 문제적인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포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거부의 정치는 단순한 소비자 언어로 축소될 수 없으며 차라리 어떤 인식론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점을 강조해 주셨습니다. 염님은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일을 만약 질문자가 찾으신다면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실무지원팀이 늘 열려 있음을 홍보해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진실님은 냉소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한데, 특히 예술가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바뀔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서로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타리님은 BDS를 알아가면서 운동의 방식이 다양하다는 점을 배웠고, 관계를 만들고 실패하더라도 계속 두드리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퀴어 활동가로서 운동 내부에서 경험하는 갈등에 곧장 절망하기보다 일단 대화를 했는가, 손절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를 BDS 활동가들로부터 오히려 질문받으며 냉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기억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BDS 운동을 폭넓고도 깊게 알아가는 시간이자, 사회운동을 지치지 않고 해나갈 의지를 다지는 소중한 자리를 꾸리고 참여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발제문들은 곧 다른 형태로 공유될 예정입니다. 앞으로도 BDS 운동의 자원을 배우고 다듬으며 팔레스타인 연대의 방식을 함께 발명해 나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