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Stop Talking About Palestine
본 책자는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자유를 외치는 이들에게 흔히 던져지는 질문들을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된 안내서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긴급행동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학살에 반대하는 이들이 모여 총 151개 단체(1월 4일 기준)가 함께 2달 넘게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10월 22일과 11월 4일 주말 집회 및 행진에 이어 11월 6일부터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방한 항의 행동을 비롯해 이스라엘대사관 주변에 4개 진보정당 명의로 학살에 항의하는 현수막 걸기 행동을 진행했습니다. 11월 17일에는 보신각 광장에서 희생자를 상징하는 수천 켤레의 신발과 함께 추모제를 열기도 했습니다. 현재 격주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긴급행동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의 근본적인 문제인 식민지배와 군사점령의 종식에 주목하며 연대활동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매우 간단한 문제입니다. 이스라엘은 점령자고 팔레스타인은 피점령자예요. 동등한 두 당사자가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분쟁이나 전쟁, 충돌로 부르는 건 적절하지 않아요. 지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76년째 식민지배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일본과 조선 간의 분쟁’이라고 부르지 않듯 팔레스타인인들도 점령을 ‘분쟁’이라 부르지 말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식민지배를 당하며 주권을 빼앗기고, 토지와 자원을 수탈 당했죠. 팔레스타인도 비슷해요. 차이점은 일제는 조선인을 한반도에서 쫓아내려 들진 않았는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대로 살아온 원주민을 전부 쫓아내고,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유대인을 이주시켜 유대인만을 위한 ‘유대 국가’를 그 땅에 세우려 한다는 것이고요. 이걸 시온주의라고 불러요.
그저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고자 이주해 온다면 아무 문제가 없죠. 하지만 구약성서에서 약속받은 땅이라며 이 땅에 수 천년을 살아온 원주민을 다 내쫓겠다니 문제인 거죠.
또한, 성경 속 이스라엘과 현대 국가 이스라엘을 혼동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구약성서는 기원 신화와 은유를 바탕으로 하는 신앙의 역사입니다. 많은 인종 집단과 종교가 수천 년 동안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의 땅, 즉 역사적 팔레스타인 땅에 공존해 왔어요. 이스라엘 건국 전 이 땅에는 대부분 무슬림과 기독교인이 살았고, 유대교도는 5% 미만이었습니다.
홀로코스트는 다시 있어선 안 될 반인도적 범죄입니다. 수세기 동안 유럽은 유대인을 차별하며 혐오를 조장했고 결국 나치가 유대인 공동체를 대량 학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때 유대인을 비롯해 공산주의자, 퀴어, 장애인 등 수많은 집단도 함께 살해 당했습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하나의 피해자 집단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도록 지원할 것이 아니라 종교, 인종, 성별 등에 따른 차별에 맞서는 공동체적 연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하고 있는 것처럼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을 학살하고 추방한 그 곳을 안전한 자신들의 조국이라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덧붙여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비롯한 많은 유대인이 ‘유대인만을 위한 국가’ 설립에 반대합니다. 이 유대인들은 이스라엘과 전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식민지배를 규탄하며 팔레스타인에 연대하고 있고요.
1947년의 UN 분할안은 이스라엘 건국의 근거로 인용되는데요. 먼저 이스라엘의 건국 이념인 시온주의를 알 필요가 있어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만을 위한 국가’를 설립하겠다는 게 시온주의고요. 시온주의는 그 자체로 유럽이 만든 식민지 프로젝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유럽 사회의 뿌리깊은 반유대주의는 유럽에서 유대인을 몰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유럽 인구를 다른 지역에 보내서 자신들의 식민지를 만들겠다는 전략의 일부로써 유대인이 아랍 지역을 식민지배하도록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서구사회에서 만든 UN 분할안도 그 연장선이구요.